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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궁합(2) - 삼계탕엔 왜 꼭 인삼을 넣을까?

by 한 숟갈의 건강, 한 그릇의 위로 2025. 4. 29.

음식궁합, 엄마는 늘 삼계탕에 인삼을 넣으시며 “그냥 먹는 거 아니다, 궁합이 맞아야 약이 된다.” 그 말이 이제야 가슴에 와닿습니다. 김치와 삼겹살, 된장과 고등어, 삼계탕과 인삼, 이런 조합들은 단순히 맛있기만 한 음식이 아니라, 맛과 건강의 지혜가 담긴 전통 음식 궁합이었어요. 이 글에서는 조상들 밥상 위에 숨겨진 건강의 과학과 이유를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1. 나는 모르고,  엄마는  아는 밥상 공식

우리 막내딸이 여름에 더위를 먹고 삼계탕 국물만 후루룩 마시면서  “삼계탕에는 꼭 인삼을 넣어야 하냐고? 굳이? 난 그냥 닭만 좋아하는데...”  요즘에는 궁합이 맞는 음식보다는 그냥 맛있으면 먹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 초복만 되면 엄마가 닭을 직접 손질하고, 마당에 그늘막을 치고 커다란 솥에 삼계탕을 끓이셨다.

냄비에 닭, 인삼, 대추, 황기, 마늘, 찹쌀을 넣고 그 재료들이 푹 끓으며 퍼지는 냄새는 어린 시절 여름내내 행복한 향기로 남아 있습니다.

그때는 인삼이 몸에 좋다는 말만 믿고 그냥 먹기만 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야 ‘인삼 속 사포닌이 고온의 육류 단백질과 만나 체내 흡수율을 높여준다’는 조리법의 과학적 근거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서 손녀에게는 단순히 “몸보신하자”는 개념을 넘어서, 식재료 간 상호작용을 고려한 조리 방식으로 음식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과학적 근거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연구팀에 따르면, 인삼에 포함된 *진세노사이드(ginsenoside)*는 단백질을 대사하는 과정에서 간 해독 효소를 활성화시켜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또한, 인삼의 성분이 열에 약한 것 같지만 고온 조리 시 닭의 단백질과 결합해 체내 흡수율을 1.3배까지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출처: [대한영양사협회, 식품의 기능성 연구 2022]

이쯤 되니, 우리 조상들의 ‘궁합’이라는 게 단순한 미신이 아니라, 몸으로 체득한 데이터 없는 과학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됩니다.

2. 김치+삼겹살, 된장찌개+부추, 그냥 맛있는 조합이 아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적, 주말마다 열리던 삼겹살 파티는 우리 가족에게 가장 소중한 선물이자 작은 축제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김치가 없었다면 주말마다 삼겹살을 그렇게 맛있게 즐길 수 있었을까요? 

사실 삼겹살과 김치는 과학적으로도 찰떡궁합인 조합입니다. 발효된 김치 속 유산균이 고기의 지방성분을 중화시켜 줄 뿐 아니라, 김치에 풍부한 식이섬유는 콜레스테롤의 흡수를 억제하는 역할도 합니다.

국립농업과학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김치의 발효 과정에서 생성된 락토바실러스균은 삼겹살을 섭취할 때 생길 수 있는 발암물질(N-니트로소 화합물)의 생성을 억제해 주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김치에 풍부한 비타민C와 섬유소는 고기 섭취 후 몸속에 쌓일 수 있는 노폐물과 활성산소 같은 나쁜 물질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쉽게 말해, 기름진 음식을 먹고 나서 생길 수 있는 몸의 피로감이나 답답함을 덜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출처: [농촌진흥청 식품연구소, 2023년 김치기능성 리포트]

삼겹살을 먹는 날에는 꼭 부추가 들어간 된장찌개가 함께했습니다. 된장찌개 한 숟갈을 먹으면 느끼했던 속이 개운해지고 편안해졌습니다. 된장 속의 발효 미생물과 부추의 알리신 성분이 만나위장을 따뜻하게 해 주고 소화를 도와주는 효과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 역시 오랜 세월 속에서 우리 선조들이 경험을 통해 터득한 음식 궁합이며, 무의식 중에도 몸을 배려해 온 조리의 지혜이자 과학이었습니다.

삼겹살 굽는 모습

3. 된장+생선+마늘… 숨은 궁합의 세계

어릴 적 저는 고등어를 먹고 두드러기가 난 적이 있어, 자연스럽게 고등어를 멀리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시골에서 자라다 보니 싱싱한 고등어보다는 냉장 유통 중 숙성된 고등어를 접하는 경우가 많아, 비린내가 심하게 느껴졌고 고등어를 거의 먹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을 키우면서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아무리 제가 고등어를 꺼려도, 아이들에게는 다양한 생선을 골고루 먹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고등어 구이를 자주 해주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 아이들이 어느 순간부터 고등어에 질려 하더군요. 물론 싱싱한 고등어는 비린내도 없고 살도 고소해 맛있지만, 30년 전만 해도 그런 고등어는 시골에서 구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께서 “된장을 푼 물에 생선을 조리면 비린내도 잡히고 국물 맛이 더 깊어진다”라고 말씀하신 것이 떠올라, 그대로 조리해 보았습니다. 정말로, 된장을 넣고 끓이니 고등어 특유의 비린내가 사라지고 국물까지 깊고 구수한 맛이 배어들었습니다. 그때는 단순히 조리 방식의 차이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이것은 맛을 위한 요령만이 아니었습니다.

한국전통장류협회, 된장의 식품 효능 보고서 2021]에 따르면, 된장은 생선에 포함된 불포화지방산이 산화되는 것을 막아주며, 단백질 소화를 돕는 아스파라긴산과 리신이 풍부하여 생선 속 영양소의 체내 흡수를 돕는다고 합니다. 된장이 단순히 ‘맛을 좋게 하는 양념’이 아니라, 생선 요리의 궁합 재료로 과학적 근거가 있는 식재료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마늘을 곁들였을 때 짠맛이 순해지고 혈압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생깁니다. 이는 마늘 속 알리신(allicin) 성분이 나트륨 배출을 돕는 칼륨과 결합하면서 일어나는 작용인데요, 이것 역시 과학으로 뒷받침되고 있는 전통 궁합입니다.

고등어 성분 및 효능
성분 효능
EPA (에이코사펜타엔산) 혈중 중성지방을 낮추고, 혈전을 예방해 심혈관 건강에 도움을 줍니다.
DHA (도코사헥사엔산) 두뇌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치매 예방에도 좋습니다. 특히 성장기 아이들과 노년층에게 필수입니다.
단백질 근육 형성과 면역력 강화에 필수적인 고품질 단백질입니다.
비타민 D 칼슘 흡수를 도와 뼈 건강에 좋으며, 특히 실내 생활이 많은 현대인에게 꼭 필요합니다.
셀레늄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하여 노화 방지 및 면역 기능 향상에 도움을 줍니다.
비타민 B12 적혈구 생성에 관여해 빈혈 예방에 좋고, 신경 기능 유지에도 관여합니다.
철분 빈혈 예방, 체내 산소 운반 역할을 담당합니다. 특히 여성과 성장기 아이들에게 중요합니다.
식재료 칼륨 함유 여부 특징
고등어 생선류 중에도 칼륨이 꽤 있는 편. 100g당 약 300~350mg 정도. 주로 단백질과 오메가3가 주성분이지만, 칼륨도 보조적으로 들어 있음.
된장 콩 자체에 칼륨이 풍부하고, 된장으로 발효되어도 유지됨. 1큰술(약 18g) 기준 약 130mg의 칼륨이 들어 있음.
마늘 생마늘 100g당 약 400mg 이상의 칼륨 함유. 마늘은 칼륨뿐 아니라 알리신과 함께 혈압을 안정시키는 대표적인 식재료

 

맺음말

전통음식의 궁합은 단순한 입맛의 전통이 아니라, 세대를 넘어 내려온 몸이 먼저 안 과학의 기록입니다.

 

다음편: 음식궁합(3) - 색깔 맞춰 궁합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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